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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정착기/입독전

독일에 가고 싶어요

by 추쿠아비 2021. 5. 12.

독일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

뮌헨으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였다. 점심이 한참 지난 평일 오후, 우리는 영국 정원으로 향했다. 조금은 쌀쌀한 날씨였지만 햇살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렇게 느긋하게 산책하던 중 어느 한 건축물이 보였고 그곳으로 가니 공원을 조망하기 좋은 자리가 있었다.


© 2021. Am Morgen. CC BY-NC-SA 4.0.


그곳에서 우연히 그늘에 앉아 코딩을 하던 사람을 보게 되었다. 한참을 뒤에 앉아서 그 사람을 구경하게 되었고 많은 걸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철학적인 생각이 많이 드는 순간이었다.

먹고살기 위해선 직장도 중요하다. 하지만 직장이 내 삶을 보호해 주진 않는다. 직장은 언제든 망할 수 있고, 내가 언제든 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업을 충실히 하다 보면 직장이야 어디서든 구할 수 있으므로 그렇게 직장에 목매고 살 필요는 없다. 내 업, 즉 스킬이야말로 내가 먹고 살아가는데 중요한 수단이 된다. 하지만 결혼하기 전에 나는 참 열심히도 일했었다. 말 그대로 직장에 목을 매고 살고 있었다.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직장 그리고 직업보다 더 소중한 것이 바로 내 가족, 내 자신이다. 지난 시간 동안 목적 없이, 나를 위해서가 아닌, 직장에서 인정받고 직장을 위해 살아왔다는 걸 그곳에서 문득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내리게 된 결론.

'여기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

시작은 충동적이었지만 꽤 진지하게 다가갔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느긋하게 살면서 나와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싶었다.


취업이 될까? (내가 생각하는 취업 조건)

조건 1. IT 경력

웹 개발 실무는 10년 넘게 해왔으니 이력서에 써넣을 건더기는 있다. 하지만 코딩 테스트가 문제다. 검색해 보니 독일 취업을 위해선 코딩 테스트가 필수라고 한다. 지금껏 코딩테스트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고 알고리즘 문제는 학창 시절에 풀어본 게 전부이다. 반드시 따로 시간을 만들어 준비해야 한다.

조건 2. 언어 능력

나는 영어와 독일어를 거의 못 한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영어는 공인 성적이 없고, 독일어는 Goethe Zertifikat B1를 갖고 있다. 이마저도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해서 실제 그 수준은 아니고 유럽 언어 공통 기준으로 봤을 때, 영어는 A2, 독일어는 A1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취업 활동을 하기에는 언어능력이 너무 부족하다.

우선 급선무는 영어와 독일어다. 하지만 시간과 여건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나는 독일어에 집중하려 한다. IT 회사는 영어로 업무를 한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아마도 스타트업이거나 대기업일 확률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고 둘 다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어차피 독일에서 살려면 독일어를 해야 하고, 영어를 쓰는 회사보다 독일어를 쓰는 회사가 많을 거라고 믿고 있다.


어떻게 들어갈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독일 취업에 성공해, 초청받아 입독하는 것이 가장 좋은 스토리이지만, 지금 내 능력으로는 현실적이지 않다. 그래서 다음 플랜을 실행하려 한다.

  • 2021년 02월부터 컴퓨터 공학 학위 시작
  • 2021년 03월부터 독일어 공부 재시작
  • 2021년 06월부터 코딩 테스트 준비 시작
  • 2021년 09월부터 IT 취업 정보 수집
  • 2021년 11월부터 IT 취업 활동 시작
  • 2022년 1월부터 어학연수 비자(최장1년)로 독일에 들어가서 독일어 공부하며 취업 활동 시작

만약 어학연수 기간 동안 취업을 못 하면? 우리나라에 살라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요즘 나는

학점은행제

IT 업계에서 10년을 넘게 일해왔지만 컴퓨터 공학(Computer Science) 학사 학위가 없기에 우리나라에 온 김에 학점은행제를 듣고 있다. 다행히 컴퓨터 공학 관련 전공 학점이 많아 딱 18학점만 더 들으면 되는 상황이라 3학점짜리 여섯 과목을 듣고 있다. 딱 18학점이지만 한 주에 오롯이 열두 시간을 투자해야 해서 물리적으로 부담스럽긴 하다.

독일어 학원

지난달부터 독일어 학원에서 월수금 저녁 7시부터 9시 30분까지 2시간 반, 토요일에 3시간 강의를 듣고 있다. 평일에는 회화 위주 수업이고, 주말에는 몰아서 문법 수업을 듣고 있다. K-move 과정이 끝나고 3개월이 지난 시점이라 수준을 낮춰 회화는 A2 수준을, 문법은 A2~B2에 걸쳐서 수업을 듣고 있다. 회화는 조금 어려운 감이 있고, 문법은 다시 한번 훑어보는 느낌이라 만족하며 듣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자투리 시간을 쪼개서 무언가를 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인 것 같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주가 쏜살같다. 체력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날이 풀리면 운동을 시작하려고 생각 중이다.


© 2021. Am Morgen. CC BY-NC-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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