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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정착기/입독전

[2020] K-move 독일 IT 전문가 인재 양성 과정 참여 후기

by 추쿠아비 2021. 5. 12.

이 글은 2021년 3월 15일에 작성되었습니다.

by Unsplash.


K-move 스쿨 지원

2020년 4월쯤이다. 코로나 때문에 필리핀 어학연수 길이 막히고 어쩔리우스가 빙의된 상태였다. 어학연수를 스파르타로 한두 달 하고 세계 일주를 겸해 각지를 돌며 직접 부딪혀가며 언어를 습득하려 했었다. 여행의 마지막엔 유럽으로 들어가 독일에 이력서를 돌리고 면접을 보고 정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모든 계획은 틀어져 버렸고 가벼운 절망에 빠져있었다. 머리도 식히고 생각도 정리할 겸 대장님과 제주도로 내려가 있었다.

'아... 이제 뭐 해 먹고사나... 일자리나 알아볼까...'

유명한 일자리 검색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무심코 지역별 검색을 누르고 있었다.

'제주도... 여기서 사는 것도 괜찮지...'

제주도를 추가하려 스크롤을 내리는데 해외도 눈에 띄었다. 해외 > 유럽 > 독... 일...?

'독일?!?!'

거침없이 검색을 눌렀고, 열댓 개의 결과가 나왔다. 그중에 시선을 끄는 게시물이 하나 있었다.

'K-move스쿨 독일 IT 전문가 맞춤형 인재 양성 과정'

직업이 아니라 연수라는 사실에 심각히 고민했다. 과정에 참여하게 되면 경력 단절에 수입 없이 일 년을 꼬박 백수로 지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차피 1년 정도 세계 일주를 할 생각이었고 독일에 가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공부를 해야 했다. 그리고 교육내용을 보니 오히려 좋은 기회처럼 보였다.

 

  • 어학(독일어&영어): 500시간
  • 직무(Java): 146시간
  • 이문화 교육&취업특강: 18시간

약 4개월간 교육이 무료로 이루어지는 데다가 무엇보다

 

  • 독일 IT 기업의 취업 정보 제공
  • 면접, 채용, 정착까지 현지 협의체에서 지원
  • 독일 취업 맞춤형 자소서 및 면접 컨설팅 진행

이라는 어마 무시한 연수 혜택도 포함되어 있었다. 결과적으론 혜택을 하나도 못 누렸지만... ;)

이름만 들으면 누구든 알만한 운영기관이어서 믿을 수 있었고, 아웃소싱이 아닌 독일 현지 일자리 협의회와 업무 협약을 해서 '기업 직고용'이 이루어진다는 설명에 더할 나위 없어 보였다. 하지만 K-move 자체가 청년을 위한 교육과정이어서 30대 후반인 내가 지원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모집 공고에 적힌 연락처로 문의를 했더니, 국비 교육과정은 모집 조건에 맞지 않더라도 공평성을 위해 정원의 20% 정도는 기회를 준다는 설명이었다. 바로 이력서를 정리해 지원했다.



K-move 스쿨 면접

서류를 보내고 2, 3개월이 지났던 것 같다. 보냈다는 사실조차 잊어갈 때쯤,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아무래도 모집 대상 연령층보다 나이가 많다 보니 뭐라도 어필을 하고 싶었고 따로 자기소개서를 미리 만들어 갔고 현장에서 전달드렸다. 선발 기준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미루어 짐작하건대 절박하고 절실한 사람을 원했던 것 같다. 운영 기관은 과정 수료 인원이 중요하고 수료 후 결과가 중요할 테니 끝까지 과정에 잘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을 원했을 거라 짐작해본다. 아마 첫째는 참여 의지놓인 환경, 두 번째는 이력과 경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다섯 명씩 면접이 이루어졌고 받았던 질문은 아래와 같다.

 

  • 영어나 독일어로 자기소개 (난 외국어를 못 했으므로 우리말로 했다)
  • 왜 독일에 가고 싶은지
  • 이력서에 쓰인 내용에 대한 간략한 질문
  • 외국에서 지내본 경험이 있는지와, 있다면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 없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지

절실함과 절박함이 묻어나는 대답을 준비했고 잘 전달이 되었는지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K-move 스쿨 진행

수업은 아주 충실하고 좋았다. 유명한 강사분들을 섭외하여 열정적인 강의가 진행되었고, 매일 9시부터 18시까지 정해진 8시간의 수업을 마치 학교의 학생들처럼 받을 수 있었다. 하루 8시간의 수업과 빠른 진도는 복습 없이 소화하기 어려웠고 자연히 자습으로 이어졌다. 매일 밤 10시가 넘을 때까지 자습하고, 주말에도 나와서 공부하는 연수생이 있을 정도로 열의는 대단했다. 시작 초반에는 몇몇 연수생의 이탈과 후보 연수생의 추가 참여로 혼란이 있었지만 이후 이탈자 없이 잘 진행되었다. 개인적으론 아주 만족스러운 교육과정이었다.

하지만 공지대로 언어 위주의 수업이 주를 이뤘고, 직무 경력이 부족한 연수생들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에 대한 불만도 발생했다. 계획된 커리큘럼을 도중에 바꾸기란 굉장히 어려운 법. 묵묵히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다. 부랴부랴 강사를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주관하는 기관과 운영하는 기관의 업무 처리도 복잡하고 입장도 있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3개월 만에 독일어 알파벳부터 시작해서 B1을 취득한다는 높은 목표는 연수생 사이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네 가지 영역을 다 통과한 사람도 두 명이나 있을 정도로 결과는 괜찮았다. 운영 기관 입장에서도 처참한 취업 결과는 코로나로 비비면 되는 것이고, 모듈 합격자도 일단은 합격자이니 어학 성적만큼은 나름 괜찮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과정 중에는 현지 협의체와 미팅이 두 차례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이 과정의 시작과 끝이 이 미팅에 담겨 있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K-move 스쿨 결과

결과적으로 나는 취업에 실패했다. 이 과정을 통해 단 한 번도 독일 기업과 면접을 본 적이 없고, 기업체에 이력서를 낸 적조차 없다. 개발자로 10년 경력을 가진 내가 그렇다는 건 다른 참여자들의 결과가 어떨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리라. 운영기관에 너무 많은 것을 바랐고 기대한 만큼 결과가 좋지 않아 많이 아쉽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내 선택이었고 내 결과였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 어차피 과정은 국비를 따내서 교육을 진행하는 사업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연수생의 인생은 스스로가 알아서 해야지 운영 기관이 뭘 어떻게 해줄 의무도 의리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협의체에서 제공해 준다는 기업 리스트는 링크드인 같은 잡서칭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구인 기업의 리스트였고, 어디까지나 알아서 연습 삼아 지원해보라는 취지였다. 독일은 락다운 상태라 구인을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코로나는 모든 면에서 가장 비비기 쉬운 변명거리였지 않았나 싶다. 어차피 코로나 시국이라 과정 자체의 최대 목표인 수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이제 남은 기간만 끝나면 자연히 종료되는 프로젝트일 뿐이었으리라.

그렇다고 이 과정을 통해 독일로 간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또한 흐름이 아주 흥미로운데, 여러모로 경악스러운 이야기이다. 자세히 거론하고 싶진 않으나 독일에서 모든 걸 해준다던 협의체는 한 기업과 깊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을 거라 짐작된다. 현지 기업에 인턴으로 들어간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이는 공정한 기회는 아니었고, 결과적으로 협의체 담당자의 마음에 드는 연수생이 대상자가 되지 않았나 모두 짐작할 뿐이다. (결국 협의체 담당자가 그 연수생들이 인턴을 받을 자격을 갖춘 사람이고 나머진 자격 미달이라고 말하면 어떤 반박도 할 수 없다)

그 인턴에 참여하기 위해선 반드시 지정해 준 숙소에서 지내야 한다고 하는데 그 숙소는 회사까지 편도 두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에 있다고 한다. 더 재미있는 점은 숙소의 주인이 그 회사의 직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다. 당연히 집세도 별도로 지불한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금은 독일이 락다운 상태라서 재택근무 중이라는 점이다.

인턴의 기회를 거의 잡았다가 놓친 연수생의 말에 의하면 그 숙소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회사 근처에 집을 구하겠다고 했더니 느닷없이 인턴 이야기는 사라지고 더 이상 취업활동 지원도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표면적으론 의지력이 약하다는 이유였으나 여러 정황을 미루어 짐작해볼 때 협의체와 인턴 기회를 제공한 회사 간 모종의 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최저임금 수준에 본인의 희망과는 무관한 직무처에서의 인턴은 현재 진행형이다. 게임 개발을 원했던 친구나, JAVA 기반 경력자 조차도 .Net 직무로 인턴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인턴에 참여 중인 친구들 모두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친구들이라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끝은 아니다. 지금까지 이 과정은 연수생의 어학과 경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코로나로 독일 기업이 구인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멈춘 상태이지만 개인적으로 독일어 공부를 계속하는 친구들도 있고 에이전시를 통하는 친구들도 보인다.

교육 과정은 취업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 기회를 열어주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교육과정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과정 수료 후 개인적으로 취업 활동하는 친구도 교육 기관에 여러 지원 요청을 할 때마다 싹싹 빌면서 부탁해야 해서 속앓이 하는 실정이다. 결국 운영기관은 교육을 책임져 줄 뿐 실무적인 서포트는 말만큼 적극적이지도 전폭적이지도 않다고 한다.

나도 내년까지 더 준비해보고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입국해서 살길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by Unsplash.


어디까지나 글쓴이의 개인적인 경험, 느낀 점과 정황상 짐작, 추측으로 쓰인 글이므로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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