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tail
여행정보/일본

북해도(홋카이도)에도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by 추쿠아비 2021. 5. 11.

이 글은 2017년 12월 20일에 작성되었습니다.

너 혹시 그거 아니? 홋카이도에도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대

나의 이직이 확정되고 퇴사 신청을 냈던 '2017년 12월 19일'의 일이다. 내 퇴사 소식은 사내에 약간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구직 활동을 아무도 모르게 해서 조용히 묵묵히 회사 잘 다니던 애가 갑자기 그만둔다니까 모두가 놀라워했다. 그렇게 모두의 관심을 받으며 마음이 맞는 몇몇과 점심을 먹으며 나눴던 대화다.

 

"그럼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삿포로로 가려고요. 공기도 맑고, 재해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어? 어제 뉴스 봤어요?"

"무슨 뉴스요?"

"북해도에 대지진이 일어난다고 발표 났던데요?"

"네?????"

 

이 대화는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왜 하필 삿포로냐고 물었을 때 당연한 듯 대답했다. "재해가 적으니까요." 사실 삿포로를 선택한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재해가 적다는 것이 큰 이유 중에 하나였다. 바로 북해도 지진을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꽤 많은 뉴스가 올라와 있었다.

 

기사 원문: 북해도 해안에서 초거대지진 가능성, 30년 내 확률 7~40%


by Pixabay


전날 뉴스에서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었던 모양이다. 기사에 의하면 지진 발생 확률이 향후 30년 이내로 봤을 때 40% 미만이지만 향후 50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그 가능성은 80%까지 올라간다. 이 80%라는 수치는 거의 확정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진원지로 예상되는 활성단층이 북해도 동쪽 해안지대에 분포해 있다는 점이다.

 

지진 조사 연구 추진 본부의 북해도 지역별 단층 분포를 보면 삿포로는 북해도 서쪽 해안에 자리 잡고 있고 지진 확률은 1% 미만으로 나온다. 이 1% 미만이라는 수치는 우리나라의 안전한 지역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그리고 북해도는 우리나라 면적 80% 정도 되는 엄청나게 큰 섬이기 때문에 동쪽 해안지대에서 지진이 발생한다고 해도 서쪽 해안지대인 삿포로까지는 큰 피해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사람이 한번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법. 삿포로 지진을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삿포로에도 활성단층이 존재하고 있었다.


by 札幌市公式ホームページ


위 그림과 같이 삿포로는 세 개의 활성단층 위에 있다.

1. 西札幌断層 (니시삿포로 단층)
2. 月寒断層 (츠키사무 단층)
3. 野幌丘陸断層帯 (놋포로 구릉단층대)

 

이 단층 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의 최대 진도모두 7이라는 것이 무서운 점이다. 그중에서도 빨간색 부분인 츠키사무 단층이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하필 이사할 집이 그곳이다. 새 집이 있는 동네 이름이 '츠키사무 중앙' 이다. 단층 한가운데로 이사 간다는 걸 이때서야 알게 되었다...

 

큰 피해가 예상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면적을 이유로 들 수 있는데, 진도 6 이상이 발생할 것이라 예상되는 면적이 무려 169km2 (경기도 성남시가 약142km2)에 달한다. 니시삿포로단층 122km2, 놋포로구릉단층대 44km2. 이 세 곳이 동시다발적으로 연쇄 지진이 발생한다면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사실 일본에 오기 전까지 지진을 겪어본 적이 없었고 지진이라는 단어 자체가 그저 남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조차 없었다. 그래서 지진이 나면 그냥 뉴스에서 비치듯이 건물이나 다리, 도로가 무너지고 해일이 덮치는 피해만 단편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사실 가스 유출에 의한 폭발(북해도는 프로판 가스를 난방용으로 많이 쓴다), 그로 인한 화재도 대단히 큰 위험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기, 수도 등 기반시설이 멈추거나 도로가 유실되어 교통이 마비되는 것도 위험 요소이다. 한겨울에 지진이 발생해 외부에 노출되었을 경우 난방 없이 버틸 수 있는 것이 고작 세, 네 시간가량인데 눈 때문에 구조 활동이 쉽지 않다는 것도 예상 피해를 크게 보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삿포로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지진은 일어날 수 있기에 대비와 대책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았다.

 

삿포로시에서 운영 중인 재난 안내 사이트
감사하게도 한국어 안내 페이지도 존재한다.

재해 종합 안내 - 링크
지진 안내 - 링크
피난 안내 - 링크

출처 - 삿포로시 위기관리대책실 위기관리정책부 위기관리대책과 (위기관리가 무려 세 개)

지진 발생 시 행동 요령

실내(가정)에서

  • 당황해서 밖으로 뛰쳐나가지 말 것
    가구가 넘어지거나 물건이 떨어질 수 있으니, 가능한 위험한 가구에서 멀어지고 머리를 보호하며 튼튼한 책상 아래로 숨어야 한다.
  • 요리 혹은 난방을 위해 불을 사용하고 있으면, 즉시 불을 끌 것
    만약 불을 끄러 가야 하는 거리가 멀다면 무리해서 불을 끄러 가지 말고 흔들림이 멈추면 이동해서 꺼도 된다. 그리고 가스도 잊지 말고 반드시 잠궈야 한다.

  • 문이 닫힌 상태로 건물이 틀어지면 문이 열리지 않으므로 창문이나 문을 열어두어 피난로를 확보할 것
    실제로 지진이 나서 진동으로 문이 뒤틀려 집에 갇히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아파트는 정기적으로 현관 부분을 점검하고 문이 설치된 곳만 추가로 보강 공사를 해주기도 한다.

  • 흔들림이 멈추면 필수 점검만 간단히 하고 여진에 대비해 안전한 피난 장소로 대피할 것
    큰 지진이 오고 나면 반드시라고 해도 될 만큼 뒤따르는 여진이 온다. 오히려 더 큰 본진이 올 수도 있다. 흔들림이 멈췄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사람이 많은 시설(대형 점포)에서

  • 시설의 직원, 종업원의 지시에 따를 것 (그들은 이미 시설에서 재난 시 대피, 안내 훈련을 받았으므로)
  • 지시가 없으면, 일단 머리를 보호하며 흔들림에 대비해 안전한 자세를 취할 것
  • 큰 조명이 달린 장소 아래라면 즉시 피할 것
  • 출구나 계단에 사람이 몰리므로 무리하게 뛰어들지 말 것

엘리베이터에서

  • 가장 가까운 층에 세워서 바로 내릴 것
  • 비상 정지되었다면 긴급 버튼(비상 연락)을 눌러 사람이 있음을 외부에 알릴 것

야외에서

  • 벽돌로 세워진 벽, 자동판매기 같은 넘어질 가능성이 있는 구조물로부터 멀어질 것
  • 건물 외벽 타일, 간판, 깨진 창문 조각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건물에서 멀어질 것

산이나 계곡에서

  • 낙석, 산사태에 주의할 것
  • 고립에 주의하고 가능한 한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

철도, 버스에서

  • 기둥이나 손잡이를 꼭 잡을 것
  • 직원의 안내에 따라 신속히 대피할 것
  • 사람이 몰리는 곳은 혼란에 빠진 사람에 의해 다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자동차 운전 중에

  • 뒤따르는 운전자가 지진을 감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급하게 멈추거나 갑자기 핸들을 꺾지 말 것
  • 비상 깜빡이를 켜고 천천히 차를 세워 갓길에 주차하고 흔들림에 대비할 것
  • 라디오,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가고자 하는 도로가 안전한지 확인할 것

지진 발생 직후 행동 요령

  • 물을 비축할 것
    물병, 대야, 욕조 등 가능한 한 물을 비축한다. 이 물은 음료용이 아닌 생활용이다. 씻고 청소하고 용변을 보고 처리할 때 유용하다.

  • 실내에서도 신발을 신을 것
    지진 후 여진이 올 수 있다. 즉, 긴급 대피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심야에 발생하면 어두운 와중에 떨어져 깨진 물건을 밟고 다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 사용하지 않는 전기 코드는 빼둘 것
    큰 지진이 일어나면 자동으로 발전 시설이 가동을 멈춘다. 자연스럽게 정전이 되는데 전기가 복구될 때, 처음 밀고 들어오는 전기가 과전압으로 들어올 수 있다. 이때 전자기기가 과전압으로 고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1995년 고베 대지진 때는 이 문제가 원인으로 많은 화재가 발생했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안 쓰는 물건은 전기 코드를 빼두자.

  • 불필요한 전화는 피할 것
    재난 시에는 통화가 집중되거나 통신 시설이 파괴되어 연락이 안 될 수 있다. 정말 위급한 사람들이 소방서나 경찰서로 연락을 먼저 할 수 있도록 안부 연락은 간단하게 끝내자.

  • 재해 정보 수집에 적극적일 것
    재해 시에는 사람도 정보도 혼란 상태에 빠지기 쉽다. 휴대용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휴대전화와 스마트폰으로 SNS를 통해 외부와 연락하면서 정보를 넓게 확보하는 것이 좋다.

  • 추위에 대비할 것
    라이프 라인(수도, 가스등)이 파괴되어 공급이 안 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 일본은 대형 상점에서 서바이벌 키트를 판매하는데 장기 보관 가능한 비상식량과 음료가 들어 있고 방한용품, 라디오, 손전등도 들어있다. 배낭에 담아서 팔기 때문에 들고 이동도 편하게 되어 있다.

피난에는 정답이 없다. 간단한 주의사항 정도는 숙지하고 위험한 행동(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가능한 한 배제하는 것이 좋다. 재난은 언제 발생할지 예측이 안 되므로 피난 방법은 때와 장소,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대처해야 한다. 사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큰 지진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는 위험부담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절대 안전지대는 없다는 뜻이다.

일본에 사는 모든 사람은 규모와 빈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진을 한 번쯤은 겪어 봤다. 자극도 일상이 되면 무감각해지는 것처럼 사실 직접 살아보면 우리나라와 별다름이 없다. 그런데도 앞으로의 일을 대비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보자는 움직임은 정말 배울만한 점인 것 같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나서서 안내와 교육을 소홀히 하지 않는 이런 부분은 우리도 배우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지 않나 싶다. 게다가 국제화 시대에 발맞추어 외국인들을 위한 안내 페이지도 운영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기사를 보고 개인적으로 여러 정보를 수집할 좋은 계기가 되어 좋았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지진에 대해서 안전지대가 없구나 새삼 느낀다. 자리를 잡으면 서바이벌 키트를 꼭 갖추어두어야겠다 다짐해본다.


참고 자료
닛케이신문 - 北海道沖で超巨大地震の可能性、30年内の確率7~40%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 - 북해도 지역 정보
삿포로시 - 방재 안내 페이지


※ 수정 - 2018-09-06 정말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큰 지진이... ㅠㅠ... 3일 정도 정전이 되고, 생필품 부족 현상이 있긴 했지만 다행히 큰 피해 없이 무사히 잘 넘겼습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