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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일본

북해도(홋카이도-삿포로)의 장마에 대해서

by 추쿠아비 2021. 5. 23.

이 글은 2018년 8월 15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일본의 장마는 우리의 장마보다 더 악명이 높다. 은근한 비가 쉬지도 않고 계속 내린다. 덥기도 덥지만, 습도도 높아서 항상 찝찝하고 여기저기 물기가 맺혀 곰팡이도 피고 쉰내도 난다. 방에 다다미라도 깔려있으면 눅진한 냄새가 올라온다. 건조기가 없이 빨래라도 할라치면 정말 끔찍하다.

일본에서는 장마를 梅雨(매우)라 쓰고 つゆ(츠유)라고 읽는다. 무더운 여름, 매실이 익어갈 무렵에 내리는 비라는 설에서 매실비. 이름만 들어도 상큼하고 낭만적이다. 하지만 모두 아시다시피 이름과는 다르게 장마는 하나도 낭만적이지 않은 시기이다.

일본 사람들에게 삿포로에 대해 물어보면 여름에 쾌적하다. 장마가 없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한다.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와서 보니 사실이 아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사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게 뭔 소리냐?

 

장마란? (기상학에서의 의미)
장마전선(정체전선)의 영향을 받아 비가 오는 것 통용되는 의미 오랫동안 계속해서 내리는 비
- 위키피디아: 장마

 

그래서 없기도 하지만 있다고 하는 것이다. 장마전선은 한반도와 일본 남부에 걸쳐서 형성되고 점점 북상하다가 북해도 최남단 근처에서 거의 소멸하기 때문에 기상학적으로 북해도는 장마전선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장마철에 아침에 뉴스를 봐도 북해도는 장마에 관한 일기예보를 발표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들 없는 줄 안다.

그러나 사실 장마처럼 오랫동안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시기가 있다. 그래서 장마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게 이번 글의 요지이다. 대체로 1~2주 정도 6월 중, 하순부터 7월 초순에 걸쳐서 비가 내린다. 올해(2018년)도 그랬다. 장마전선과는 상관없이 차가운 고기압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현상이라고 하는데 일부 지역(북해도 남서부)에서는 북해도의 옛 이름인 에조(蝦夷)를 따서 에조츠유(蝦夷梅雨: えぞつゆ: 에조장마)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에조츠유 기간에는 차가운 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도 많이 낮아진다. 올해(2018년)는 7월 초순임에도 최고기온이 15도인 날도 있었다.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지낼만하지만 장마가 없다고 해서 이 기간에 우산을 준비하지 않으면 비를 쫄딱 맞을 수도 있다.

사전적 의미로 장마가 없다는 말은 맞지만, 사실 긴 기간 계속해서 비가 내리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해도 맑은 하늘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화창한 여행을 위해서는 이 시기를 피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이 시기가 끝나자마자 삿포로 맥주 축제가 시작된다.


by Unsplash.


※ 올해(2018년)는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으로 장마전선이 밀려올라 왔다는 뉴스가 있었다. 동남아의 따뜻한 공기가 올라와서 고온다습한 날이 삼일 정도 지속되기도 했다. 온난화로 인해 몇 년 후에는 북해도도 기상학적으로 장마가 생길 지도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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