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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일본

북해도(홋카이도) 운전 매너에 대해서

by 추쿠아비 2021. 5. 22.

홋카이도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여기가 정녕 예절 바르기로 소문난 일본이 맞는지 의심을 하게 되는 상황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일본에 오래 살면서 여러 도시를 다녀보고 느낀 거지만 홋카이도만큼 운전이 다이내믹한 곳이 없는 것 같다. (물론 홋카이도에도 매너 좋고 훌륭한 운전자들이 아주 많이 계시다.)

낯선 환경에서 처음 운전을 하시는 분들을 위해 홋카이도 만의 특별한 운전 습관을 정리해본다.


© 2021. Am Morgen. CC BY-NC-SA 4.0.


노깜빡이 차선 변경에 주의하자

홋카이도에서 운전하다 보면 깜빡이 없이 차선 변경이 이루어지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교통량이 워낙에 적어서 차간 거리가 넓은 상태일 때 천천히 들어오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이진 않는다. 하지만 이게 습관이 된 사람들도 있는지 가끔 차간 거리가 좁은 데도 갑자기 들어올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급브레이크를 밟게 되고 저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 올라오곤 한다.

여름의 홋카이도는 도로 폭이 넓어 운전하기 쾌적하지만, 겨울에는 도로에 눈이 쌓여 있어서 도로 폭이 굉장히 좁다. 그 상황에 갓길로 정차한 차량이 있거나 비보호 우회전을 위해 도로 한복판에 멈춰있는 차량도 자주 보인다. 그럴 때 그 차를 피해 깜빡이 없이 갑자기 내가 주행 중인 차선으로 뛰어 들어오는 차량이 굉장히 많다. 언제 차가 끼어들지 모르니 항상 주의하며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 도로 사정상 차선을 왔다 갔다 하면서 운전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항상 깜빡이에 유의하자.


노란불을 주의하자

신호를 무시하기로 유명한 홋카이도다. 기초 질서를 잘 지키기로 유명한 일본이지만 아마 홋카이도가 그 평균을 많이 깎아 먹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신호무시가 자주 보인다. 우리나라 시골에서 교통량이 극히 적은 곳은 신호가 있으나 마나 한 느낌과 같이 여기서도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 보면 신호를 무시하고 들어오는 차들이 있다. 도로가 쭉쭉 뻗어 있다고 너무 속도를 내지 말고 항상 주위를 잘 주시하며 운전해야 한다. 그리고 특히 교차로에선 노란색 불일 때 속도를 높여 뛰어드는 차량을 조심해야 한다. 한겨울 눈 쌓인 도로를 달리다 노란색 신호를 만나면 브레이크를 밟기보단 속도를 높여 통과하는 차량이 많기 때문이다. 노란불에 급하게 세우려다가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나는 일이 많으므로 항상 주의하면서 운전하자.


차 간 거리를 좁혀오는 차량에 주의하자

차간 거리를 넓게 가져가기로 유명한 일본이지만 홋카이도는 차 간 거리를 좁혀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차 간 거리가 좁은 데다가 도로가 미끄러워서 여간 위험한 것이 아니다. 교외로 나가보면 도로는 한산한데 앞차에 바짝 붙이는 차들이 많이 보인다. 눈길에 앞차가 밟고 가는 길을 따라가기 위함인데 사실 압축된 눈 위를 달리는 건 위험하니 분위기에 맞춰서 바짝 붙여 갈 필요는 없다. 뒤에서 바짝 붙어서 따라온다고 서두르지 말고 내 페이스에 맞추어 규정 속도를 지키며 가는 것이 중요하다.


교외에서 자주 보이는 무리한 추월

교외로 나가면 고속도로처럼 속도를 내는 차가 많이 보인다. 규정 속도를 제대로 지키면서 가다가 거울을 통해 뒤를 보면, 꼭 맨 뒤에서 추월하려고 왔다 갔다 마치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고 외치는 것 같은 운전자가 보인다. 차들이 바짝 붙어서 이동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두 대, 세대는 기본으로 한꺼번에 추월하게 된다. 그러다가 반대편 차선에 차가 오면 무리하게 끼어든다. 정말 위험하다. 그래서 최대한 차간 거리를 유지하고 추월 차량이 보이면 추월하기 쉽게 자리를 만들어주자. 규정 속도를 지키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그것이 절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니 남들이 뭐라고 하든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자. 추월 금지 구간에서는 절대 추월하지 말고 안전한 구간에서 뒤차에 양보하여 추월을 시켜주는 식으로 운전하는 것도 사고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 2021. Am Morgen. CC BY-NC-SA 4.0.


홋카이도 도로는 폭이 넓고, 직선으로 쭉쭉 뻗어 있는 데다가 교통량도 많지 않다. 다른 차를 따라 달리거나 넓은 도로를 혼자 달리다 보면 어느새 150, 160km/h를 넘게 된다. 뒤 차량을 배려하거나 다음 차량을 배려하고자 하는 생각이 사라져 버리는 것도 이해가 간다. 홋카이도엔 이런 환경에 익숙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운전자들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본다. 이런 현지인들이 달리는 도로에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섞이면 이야기는 더 복잡해진다. 겨울 도로의 위험성을 아는 현지인들처럼 여행객도 그 분위기에 따라 같이 달리면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홋카이도에선 차를 타고 먼 곳을 돌아보려면 반나절 정도 이동해야 하는 일도 다반사이기 때문에 빨리 차에서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곤 한다. 그리고 겨울에는 오후 3시 30분이면 해가 지기 때문에 해가 넘어가기 시작할 즈음에 어둑어둑해지는 하늘을 보고 차를 더 몰아붙이곤 한다. 이런 상황들이 홋카이도의 운전 습성과 합쳐져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지곤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행지에서 더군다나 타국에서 운전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 어디까지나 개인적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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