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9년 11월 2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세계 일주 빅 플랜
일단 세계 일주 빅 플랜은 네 단계이다.
퇴직 - 귀국 - 준비 - 여행 시작
막상 계획을 세우려니 일단 시작이 퇴직이다. 먼저 퇴직을 생각하다 보니 너무 막막하고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몇 번이고 포기란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희생해야 할 게 너무나도 많았고,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결심하고 나서 마음 한쪽에 자리 잡은 두려움은 사라질 줄 모른다. 계속해서 변명거리를 찾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다.
내 삶은 안정적인가?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고 잠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내일을 준비하며 살고 있다. 이틀에 한 번은 욕조에 물을 받아서 입욕제 하나 풀어 넣고 들어가서 느긋하게 유튜브를 본다. 가끔 맥주도 마시고 TV도 보고 영화도 보고 깔깔거린다. 누워서 휴대전화로 게임도 한다. 주말엔 대장님과 외식도 하고 연휴엔 소소하게 여행을 겸해서 캠핑도 다닌다. 저축도 잘 들어가고 있고, 연금도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생명보험과 건강보험도 든든하게 들어놓고 주거와 육아를 위한 준비도 잘 되고 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쉬고 싶을 때 쉰다. 일 년에 두 번 명절에 맞춰 우리나라로 돌아가고 또 두 번 정도는 다른 나라로 여행도 다니고 있다. 직장도 이제야 물살을 탄 유망하고 안정적인 기업이다. 사장님의 경영 철학으로 고용도 정년까지 보장되어 있다. 어머나... 너무 안정적이다.
행복이 도대체 뭘까?
그럴듯하게 고민하는 척을 해봤다. 난 무엇을 얻기 위해 안정을 포기하려는 걸까? 뜨끔하다. 정리해 놓고 보니 내가 지금 뭘 포기하려 하고 있는지 더 확실하게 와닿는다. 세계여행을 결심했을 때 가장 큰 키워드는 행복한 삶이었다.
그 행복한 삶이란 도대체 뭘까?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이라 정의가 어렵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게 뭔지 설명해보고 싶어 졌다. 최근에 행복했던 일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한참을 생각해도 금방 떠오르질 않는다. 막상 생각해보니 딱히 내가 뭘 해야 행복함을 느끼는지조차 잘 모르겠다. 하나 확실한 건 난 분명 지금 불행하지 않다. 그렇다고 행복하다는 뜻도 아니다. 행복하지 않은 건 문제가 아니다. 사람은 항상 행복할 순 없으니까. 행복은 지속적이 아니란 건 적어도 정리가 된 거 같다. 아무튼 나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게 뭔지, 행복한 삶이란 게 뭔지 잘 모르겠다.
옛날 어디서 본 글이 문득 떠오른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고,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한다. 행운을 쫓아 행복을 밟고 다니며 지나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난 여행을 지금 반짝이는 무언가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도대체 난 뭐가 부족해서 이런 직장을 마다하려는 걸까? 왜 자발적으로 백수가 되어 잔고를 털어 여행을 떠나려는 걸까?
답이 나오질 않는다. 나 자신에게 계속 질문 중이다.
by Unsplash.
'세계일주 > 결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기합리화 두번째 - 세 가지의 커리어 (0) | 2021.05.20 |
---|---|
세계 일주를 결심하기까지 고민한 것들 (0) | 2021.05.20 |
세계 일주 한번 할까? (0) | 2021.05.20 |
댓글